남에게 필요한 사람?

By | 2012년 6월 13일

요즘 개콘에서 “네가지” 라는 코너가 정말 인기다.
4명의 연기자가 나와서 각각의 컴플렉스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건데,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나도 꼭 그렇게 할 말이 있다.

“내가 컴퓨터 관련 일을 한다고 뻑하면 컴퓨터 수리기사처럼 뭐 고장나면 물어보는데.. 난 프로그래머지 컴퓨터 수리기사가 아냐.~!
물론 내가 이래 저래 보고 검색하고 이러면 모르는 사람보다는 빨리 고치고 이런건 있어.
하지만, 내가 첨부터 그 고장을 어떻게 고치는지를 알고 있는게 아니란 말야.
나도 시간을 들이고 신경을 써야 겨우 알아낼 수 있거나, 모를 수도 있는 문제라고..~~!!
그니까 전화하면 다 고쳐주는 컴터 수리기사로 여기면 아니~ 아니~ 아니되오..”

어제 저녁에 아는 누나로 부터 정말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컴퓨터가 이상한 현상을 보인다는 전화였다.

“Run time error 라고 나오는데…”

순간 짜증이 확 밀려왔다. 그걸 가지고 뭘 어쩌라고.. 화면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전화로 그렇게 말하면 내가 무슨 빌 게이츠도 아니고, 스티브 발머도 아니고 …
그 누나는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름이 얼마나 좋은거냐는 식으로 계속 나를 달래려 했지만, 근원이 애매한 그 짜증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그 누나를 향해버렸고, 그래도 아예 모른체 할 수는 없어 생각나는 방법을 하나 이야기 하고 해보라고 했지만 해결이 되지는 않아 바쁜거 있으면 PC방으로 가고, 수리기사 불러라고 하고 말았다.

어제의 짜증은 다른 복합적인 요인이 더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컴퓨터 수리 기사가 되는 일은 이제 정말 사양이다.
내가 컴퓨터 에러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이제 그런 에러들에 관심도 없다.
컴퓨터는 이제 가전 제품이야.. 그냥 수리기사를 부르란 말이지.. ㅡㅡ;

‘오랜만에 오는 전화가 그냥 안부를 묻는 전화이거나, 특별한 목적이 없는 것일 수는 없을까?’
어제 전화를 끊으면서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뭔가 아쉬운 것이 있을때만 연락이 되는 이런 상황들이 너무 싫다는 생각도 들고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많은 않은 밤이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